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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불-편함 보고서




‘환경보호’를 논하는 것은 늘 거창해 보였다. ‘나’라는 한 사람이 과연 환경을 “지킬” 자격이 있는지부터 묻게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물음이 다시 환경보호를 거창한 일로 만들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뻔한 얘기부터 시작하겠다. 한국은 미세먼지로 가득 찬 하늘을 마주하고 있고, 지구온난화는 전 세계의 이상기온을 초래했다. 부담스러운 일이라 외면하기엔 바로 눈앞에 놓인 현상들이라는 것이다.

“참 쉽죠?”라는 말을 하진 않겠다. 어려웠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행동의 변화가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결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단 한 가지, 불편함도 익숙해진다는 사실만이 확실했다.

일주일간의 ‘플라스틱 없이 살기’는 여러 면으로 나를 괴롭혔다. 우선 매번 사 마시는 물통이 문제였는데, Volvic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재활용이 어떻게 되는지 살펴봤다. 믿을만한지 모르겠으나 100%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을 사용한다기에 마음의 짐을 덜었다. 카페에는 텀블러를 들고 다녔다. 작은 크기의 커피라도 텀블러에 받아 마시고 다시 씻어내 사용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슈퍼에 들릴 때마다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과일이나 채소를 택하기보다 종이 포장지에 따로 포장할 수 있는 식품들을 택했다. 플라스틱을 쓰지 않아야한다는 집착이 좋아하던 요거트에 손을 대지 않게 만들었다.

환경보호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동생이 추천해 준 ‘Day by day’라는 포장지 없는(en vrac) 가게에도 방문했다.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은 각종 천과 유리병을 들고 와 각자 담을 것을 익숙한 듯 담아갔다.낯선 모습이었다. 처음 방문한 것이라 주방 세제와 세탁 세제 플라스틱 용기를 따로 사야했는데, 이 용기는 다 비워지지 않더라도 다시 들고가 채워 올 수 있다고 했다. 가게를 나오며 일반 슈퍼보다 조금 더 가격이 비싸고 매번 용기를 들고가야하는 수고로움을 잘 견딜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했다.
플라스틱을 쓰지 않아야겠다는 의식이 한 번 생기니 그제서야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써왔던 플라스틱 제품들을 다시 보게 됐다. 같은 제품을 매번 사는데도 플라스틱 쓰레기는 늘어났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포장지 없는 가게의 불편함 정도는 견뎌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기도 했다. 긴장을 놓지 않고 의식적으로 재활용 여부를 생각하고, 남기는 일을 자제하는 방법을 찾았다.

플라스틱 없이 사는 방법을 제시한다기보다 생각보다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싶다. 환경보호 역시 선택의 문제다. 누군가는 사서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 사랑하는 그 무언가를 위해서 기꺼이 – 불편을 감수하기도 한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상황에서조차 말이다.

구구절절 말하자니 쉽게 그려지지 않는 상황일 듯하다.

여기 ‘불-편함 설문지’가 있다. 한번 시도해보라. 어떤 불편함은 우리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23/01/2019
글/이유경
사람이 좋아 불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문학작품 내 다양한 군상들을 통해 위로받았다.
평생 끝내지 못할 꿈임을 알지만 문학을 통해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위로하고싶다.
‘인간적인’ 학자를 꿈꾼다.